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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좀 굴러간다 싶을 때 누구나 한 번씩 부딪히는 벽이 있다. "내가 영업도 제일 잘하고 개발도 제일 잘하는데 왜 직원을 뽑아야 하는가?" 이 본능적인 거부감을 깨지 못하면 회사는 절대 성장하지 못한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왜 합리적인 결정인지, 어떻게 알아보는지, 한국 현실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면접에서 바로 활용할 질문도 함께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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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제일 잘하는 회사는 100명이 되어도 그대로다
데이비드 오길비가 임원 책상마다 마트료시카 인형을 올려두고 메모를 끼워뒀다는 일화는 채용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등장한다. 메모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각자 자기보다 작은 사람을 뽑으면 우리는 난쟁이 회사가 된다. 자기보다 큰 사람을 뽑으면 거인 회사가 된다." 처음 들으면 광고 카피처럼 들리지만, 곱씹을수록 무서운 이야기다. 사장이 모든 영역의 최고라면 회사 의사결정의 천장은 사장의 키 높이에서 멈춰버린다. 직원이 100명이 되든 1000명이 되든 인원만 늘어날 뿐, 회사가 다룰 수 있는 문제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각설하고, 이 글에서 풀어낼 것은 두 갈래다. 사람들이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것을 왜 망설이는지, 그리고 일단 뽑기로 마음먹었을 때 어떻게 알아보고 한국 환경에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다. 도덕론은 일부러 배제했고 실용 관점으로만 정리했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망설이게 만드는 것들
면접을 보다가 "이 사람 나보다 잘하는구나" 싶은 순간이 오면, 대부분 본능적으로 단점부터 찾기 시작한다. 이력서 공백을 트집 잡거나 우리 도메인 경험이 없다는 식으로 합리적 평가처럼 포장한다. 솔직히 말하면 자존심 방어다. 이를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자존심 못지않게 무서운 것이 통제 욕구다. 잘 모르는 영역을 위임하면 검증할 방법이 없다. 마케팅을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장이 마케팅 전문가의 "이건 이렇게 가야 한다" 같은 의견을 들으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 자기가 어설프게라도 아는 영역의 사람만 뽑는 패턴이 굳어진다.
A급은 비싸다는 고정관념도 한몫한다. 연봉 한 명 분으로 B급 둘셋을 굴리는 것이 싸 보이지만, 결과물의 차이는 머릿수로 메워지지 않는다. 디자이너나 엔지니어처럼 결과물 편차가 큰 직군일수록 격차는 더 벌어진다. 잡스가 "평균과 최고의 결과 차이가 50배에서 100배까지 난다"고 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위계 압박이 더해진다. "후배가 선배보다 잘해서는 안 된다"는 무의식이 채용 자리에서 의외로 자주 작동한다. 신입을 뽑을 때는 부담이 적지만, 사장보다 경력이 길고 연봉도 높은 사람을 뽑는 것은 다른 결단이다. 이를 넘어가지 못하면 조직은 사장의 그릇 안에서만 성장한다.
그래도 뽑아야 하는 이유
A급의 진짜 가치는 시간 단축이 아니라 평범한 팀이라면 손도 대지 못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데 있다. "왜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과 지시받은 대로만 움직이는 사람의 차이는 한두 달 단위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1년쯤 누적되면 결과물이 완전히 갈라진다.
사장 시간 관점에서도 그렇다. 사장의 시간은 회사에서 가장 비싼 자원인데, 자기보다 못한 사람만 뽑으면 매번 검수하고 수정하느라 시간을 모두 소진한다. 정작 사장이 해야 할 의사결정과 자본 배분은 손도 대지 못한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뽑아야 그 영역에서 손을 뗄 수 있고, 그것이 진짜 위임이다.
또 하나는 인재 밀도 효과다. 넷플릭스에서 강조하는 talent density 개념인데, A급은 다른 A급과 일하고 싶어 한다. 회사에 B급, C급이 많으면 A급 지원자는 면접 한 번 보고 거절한 뒤 사라진다. 반대로 첫 A급을 잘 뽑으면 그 사람이 자기 네트워크에서 다음 A급을 끌고 온다. 첫 한 명이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대 변화도 함께 작용한다. AI가 IC 영역의 작업을 빠르게 잠식하는 시대에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뽑아 결과를 만드는 능력이 사실상 장기 커리어 자체가 된다. 혼자 잘하는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 더 큰 결과를 내는 사람이 살아남는 구조로 가고 있다.
투자를 받거나 매각할 때도 채용의 흔적이 모두 드러난다. 투자자나 인수자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사장이 빠지면 회사가 굴러가는가?"다. 사장 의존도가 높으면 같은 매출이라도 밸류에이션이 깎인다. 채용은 인건비 항목이 아니라 회사 가격표에 붙는 숫자를 직접 바꾸는 작업이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는가
여기서부터는 면접 자리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WP Engine 창업자 Jason Cohen이 정리한 평가 기준에 한국 맥락을 얹어 풀어본다. 자기 전문 영역 밖의 사람을 뽑을 때 특히 유용하다.
면접이 끝나고 사장이 메모장을 켜는가
면접이 끝났을 때 사장의 머릿속에 "이 사람이 한 말의 절반은 당장 실행해야겠다"는 충동이 드는지가 첫 신호다. A급은 답변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그림을 들고 온다. 추상적 원론만 읊는 사람은 컨설턴트지 실행자가 아니다. 반대로 면접 30분을 듣다가 갑자기 메모를 시작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이 신호다. 내가 직접 겪었던 케이스로는 콘텐츠 마케터 면접에서 "지금 랜딩에서 두 번째 섹션을 빼고 가격표만 위로 올려도 가입 전환율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입사 둘째 주에 실제로 그렇게 바꿨고 전환이 올라갔다.
사장이 그 사람 밑에서 일할 수 있겠는가
저커버그가 인용되는 채용 원칙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내 밑에서 일할 사람은, 내가 그 사람 밑에서 일할 의향이 있을 때만 뽑는다." 직역이지만 의미는 명확하다. 사장이 그 사람에게서 무언가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배울 것이 없는 사람은 정의상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이 기준과 함께 봐야 할 것이 자기 직무 너머에 영향을 미치는지다. 자기 부서 일만 잘하는 사람은 한계가 있다. 회의에서 의사결정 질을 높이고, 부서 간 갈등을 풀고, 다른 팀과 협업할 때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 진짜 A급이다.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부서 간 협업 경험"을 물으면 답변에서 그 결이 모두 드러난다. 자기 부서 이야기만 하면 IC급, 조직 전반을 이야기하면 리더급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회사가 진짜 겪는 문제를 면접 테이블에 올리기
회사가 지금 실제로 풀고 있는 문제를 면접 자리에 올려놓는 것이다. SaaS라면 이탈률을 어떻게 줄일지, 마케팅이라면 제한된 예산으로 신규 유저를 어떻게 확보할지 같은 질문이다. 답이 정답인지 아닌지보다 사고 구조를 봐야 한다. 정보가 부족할 때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가설을 어떻게 세우는지, 트레이드오프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답하는 5분 안에 모두 드러난다. 여기서 "더 알려주실 수 있는 데이터가 있나요?" 같은 역질문이 빨리 나오는 사람일수록 좋다.
레퍼런스 체크는 질문이 절반이다
이력서 검증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 전 직장 레퍼런스 체크인데, "어떤 사람이었나요?"처럼 두루뭉술하게 물으면 "좋은 사람이었어요"라는 답변밖에 나오지 않는다. 다음 질문이 진짜 답을 끌어낸다. "이 분이 가장 빛났던 환경은 어떤 환경이었나요?"는 어떤 조건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인지를 드러내고, "이 분이 무너지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어떤 상황인가요?"는 약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잘 모르는 본인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말해주겠나요?"를 물으면 메타인지 수준이 보인다. 통화 5분이면 끝나지만, 이력서 두 시간 검토보다 정보가 더 많다.
한국에서 채용할 때 추가로 조심할 것
미국 채용 글들은 "잘못 뽑으면 빠르게 해고"가 전제다. 다만 한국은 노동법이 다르므로 그대로 따라가면 다친다. hada.io의 Jason Cohen 글 댓글에서도 "한국에서는 채용 후 해고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채용 설계 전체를 흔드는 변수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있어 미국식 at-will employment를 그대로 가져오면 부당해고 분쟁으로 직행한다.
해고가 어려운 만큼 채용이 더 빡빡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대상이라, 한국에서는 수습 기간 3개월을 진짜로 활용해야 한다. 입사 계약서에 수습 기간을 명시하고 30일·60일·90일 시점의 평가 기준을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필수다. 명목상 수습으로만 두고 자동 패스시키는 것이 가장 비싼 실수가 된다.
연봉 협상에서도 시장가 위로 줘야 사람이 온다. 한국 스타트업이 자주 실패하는 지점인데, "초기라서 예산이 빡빡하다"라며 시장가보다 낮게 부르는 케이스가 많다. 왜일까? A급은 그 가격에 오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그 자리에 가지 않아도 다른 곳에서 시장가로 받을 수 있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뽑고 싶다면 시장가 +α를 줄 각오를 해야 하고, 그것이 안 되면 차라리 채용을 미루는 것이 낫다. 현금이 부족하면 스톡옵션이나 RSU로 보완할 수 있는데, 옵션 vesting 구조와 행사 조건을 처음부터 명확히 짜놓지 않으면 나중에 분쟁이 생긴다.
위계 문화도 깨야 한다. 후배 직군인데 사장보다 더 잘하는 상황이 정상이라는 분위기가 팀에 자리잡아야 A급이 편하게 일한다. 사장이 회의에서 "이건 박OO이 결정해주세요" 같은 식으로 권한을 명시적으로 위임하는 시그널이 자주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급은 "여기서 내 결정권은 어디까지인가?"를 계속 의심하다가 결국 떠난다.
잘못 뽑았을 때가 진짜 비용
잘못 뽑은 것이 비용이 아니라, 잘못 뽑은 것을 1년 동안 방치하는 것이 진짜 비용이다. 저성과자를 1년 방치하면 옆에서 일하는 A급들이 먼저 떠난다. "이 회사는 기준이 낮구나"로 인식되는 순간이 문제다. 한 명을 자르지 못하다가 다섯 명을 잃는 셈이 된다.
수습 기간 동안 매월 점검할 것이 있다. 첫 30일에는 회사 핵심 시스템과 도메인을 이해했는지, 첫 결과물을 어떤 형태로든 내놨는지를 본다. 60일쯤에는 자기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시작했는지, 동료 평판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90일에는 사장이 검수하지 않아도 결과물이 기준치 이상 나오는지, 다음 6개월의 임팩트가 그려지는지를 판단한다. 어느 단계에서든 명확히 미달이면 다음 달까지 끌지 말고 결단해야 한다.
법적으로 정당한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보통 권고사직(합의해지)으로 간다. 절차는 면담에서 평가 사실관계를 공유하면서 기록을 남기고, 권고사직 의사를 명시하면서 위로금을 협의하고, 사직서와 합의서를 동시에 작성·서명하고, 4대보험과 실업급여 처리를 안내하는 흐름이다. 디테일한 사항은 고용노동부 사이트나 노무사 상담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절차에서 실수하면 부당해고로 인정돼 더 큰 비용이 발생한다.
조심할 것이 하나 더 있다. 한 번 잘못 뽑고 나면 "역시 사람 뽑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시 1인 사장 모드로 돌아가는 사례가 흔하다. 다만 이는 시스템 문제로 봐야지 사람 자체를 포기할 일은 아니다. 평가 기준을 다듬고 레퍼런스 체크를 강화하고 수습 기간을 진짜로 굴리면 다음에는 더 잘 뽑게 된다.
1인 사업자도 첫 직원은 자기보다 뛰어나야 한다
1인 사업자나 1~2명짜리 작은 팀일수록 첫 직원의 무게가 크다. 본인이 영업·마케팅·개발을 모두 하다가 한계가 보이는 영역이 있을 것이다. 그 영역을 본인보다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정답이다. 본인이 그나마 잘하는 영역을 채울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약한 영역을 채울 사람을 뽑는 것이다.
지금까지 짚은 평가 기준을 면접에서 한 번에 적용해보고 싶다면, 회사가 지금 진짜 겪고 있는 문제 한 개를 면접 테이블에 던져보면 된다. 그 답변이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인지 아닌지를 절반 이상 알려준다. 채용에서 자존심이 깨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 자존심은 좀 흘려보내도 된다. 그래야 회사가 성장한다.
